생산성

메모하는 습관의 함정

purplusnow 2024. 1.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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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메모를 잘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 이 메모하는 습관의 함정에 대해서 말을 해보려고 한다.

 

일단 메모를 왜 하는가부터 시작해보자.

 

메모는 인간이 자신의 뇌를 믿지 못해서 하는 행위다.

 

인간의 기억의 일부를 잊어버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기에 종이나 디지털기기 등에 잘 적어두고 잊음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만일 우리의 뇌가 언제나 모든 일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메모라는 행위는 불필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memo
메모하는 습관이 마냥 좋기만 할까?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존재한다.

 

메모장에 할 일을 적는 순간 우리의 뇌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쉽게 그 기억을 잊어버린다.

 

메모장에 적었기에 뇌는 더 이상 자신이 그걸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래방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노래 가사를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를 잊어비리기 시작했다.

 

원리는 완벽하게 동일하다.

 

모든 기억을 메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뇌는 더이상 기억하려 하지 않고 기억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원리다.

 

메모하는 습관으로 인해서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떨어진 기억하는 능력 탓에 더더욱 메모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살면 어떤가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무런 문제 없이 우리는 잘 살고 있잖아요.

 

맞다.

 

모든 기억을 뇌 중심에서 메모장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메모장을 끼고 살아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싫다.

 

예전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뛰어난 기억력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칠판에 선생님이 10가지 준비물을 적어주시면 메모하지 않도고 그 10가지의 준비물이 생생하게 머리에 사진처럼 기억되었고 실수하지 않고 늘 준비물을 잔 챙겨서 등교하던 아이였다.

 

조금 허풍을 떤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기억이 늘 생생했다.

 

그리고 나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이 학교에서는 메모를 강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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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시간에 준비물이나 전달사항을 메모장에 잘 적었는지 선생님께서는 늘 검사를 하셨고, 나는 내 머리에 너무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서 메모행위가 불필요했지만,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메모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율에 의해서 1년 간 메모하는 삶을 살았고, 그때부터 나의 기억력은 급격하게 감퇴했다.

 

고작 중학교 2학년때 느낀 현상이기 때문에 노화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분명 무리이며, 노트하는 습관의 부작용으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노트에 적지 않으면 잊어버림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물론 나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인간은 모두 다른 기억 능력을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인간의 경우 모든 걸 뇌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기억을 뇌에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메모하고 잊어버리는 습관을 반복한다면 뇌의 기억하는 능력이 점차 퇴화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더라도 기억하려는 노력을 함께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메모장은 기억에서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만 참고하는 것이 좋다.

 

차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팔다리가 약해진 인간들은 피트니스클럽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팔다리를 강하게 하는 운동을 하면서 산다.

 

마찬가지로 메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기억력이 약해진 인간들은 따로 기억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인간의 지식은 대부분 논리 영역처럼 보이지만, 논리 전개 과정에서 많은 기억이 동원되는 게 사실이다.

 

메모가 무작정 좋은 습관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메모는 불완전한 뇌를 가끔씩 도와주는 도구 정도로만 사용하고 어지간한 일들은 뇌의 기억력을 믿고 살기를 추천한다.

 

2024.01.08 - [생산성] - 지식 체계화 방법론 PARA 핵심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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