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몽끌레어 패딩을 입은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다섯 명이 모여 있으면 세 명, 많게는 네 명이 몽끌레어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최소 300만 원 이상의 고가 패딩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그들의 취향이 그 패딩에 향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소비일까?
고가 브랜드의 소비 현상은 단순한 개개인의 취향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가방이나 지갑과 달리 패딩은 일종의 ‘소모품’이다. 몇 년 입으면 낡고, 유행이 지나면 다시 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특정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동일한 계층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얻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계층과 소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브랜드의 로고 하나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증명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나는 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무언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과연 브랜드 로고가 없는 상태에서도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자신의 소비가 과연 취향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단순한 개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특정 브랜드에 소비가 집중되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와 취향을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심리에 휩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몰개성화된 사회의 한 단면이자, 합리적 소비가 부족한 한국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 없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소비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열심히 돈을 벌어 힘들게 모은 돈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도 아닐 수 있는 물건에 투자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결국 소비의 노예가 되는 것이며, 스스로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소비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흐름에 편승해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가?
소비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물건에 적절한 가치를 매길 줄 아는 사람들, 브랜드가 아닌 품질과 디자인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는 더 주체적인 소비자로 거듭날 수 있다. 패딩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스스로 원하는 디자인,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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