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뇌, 다시 살아가는 나 – 『회복탄력성의 뇌과학』을 읽고
살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정신의 균형을 잃는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려 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쪽이 갈라지고, 다시 일어설 힘조차 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회복탄력성의 뇌과학』은 그 해답을 뇌과학의 언어로,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들려준다.
아디티 네루카, 하버드 의사이자 정신건강 전문가인 저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룬다. 책은 단지 뇌의 구조나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을 발판 삼아, 우리가 고통을 통과해 다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표지 속에 그려진 한 사람의 실루엣, 그리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다섯 개의 색색의 원형 화살표는 이 책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채로운 색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뇌에 남기는 흔적을 의미한다. 이 원은 고통을 겪은 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화살표는 방향을 잃지 말라는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은 ‘회복탄력성 리셋 버튼’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이 다섯 가지는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와 번아웃, 불안과 우울의 순간에 뇌를 다시 활성화하고,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의식적인 전환’이라는 부분이다. 우리는 보통 감정에 끌려가고 생각에 끌려간다. 하지만 뇌는 놀랍게도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단지 생존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뇌의 회복력을 강조하는 이 부분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저자는 뇌의 구조적 특징과 생리학적 반응을 통해 왜 우리가 같은 상처를 반복해 겪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를테면, 편도체의 과잉 반응은 과거 트라우마의 그림자를 현재로 끌고 오고, 전두엽의 활성화는 그 어두운 그림자에 빛을 비춘다. 이런 설명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한다. 이해는 곧 연민을 낳고, 연민은 다시 회복의 에너지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탁월한 점은, 과학이 인간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뇌과학은 결코 차가운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상처와 상실, 절망과 외로움을 가장 정직하게 설명해주는 따뜻한 언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실험적 근거 위에 세심한 사례와 진심 어린 조언을 더해, 이 책을 단순한 ‘정보서’가 아닌 하나의 ‘회복서’로 완성시킨다.
책장을 덮고 난 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의 회복은 거창한 무엇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 자신의 뇌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습관이 쌓여,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닫힌 감정을 다시 열게 한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삶을 사랑하게 만든다.
『회복탄력성의 뇌과학』은 삶의 리듬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모든 이에게, 그 리듬을 다시 조율할 수 있는 ‘과학적 감성’의 지도를 건넨다.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이자, 스스로를 사랑하고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의 시작점이 되어줄 책이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당할 힘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러준다.